마음은 언제나 먼 곳을 떠돌고, 영혼은 늘 낯선 바다의 공기를 그리워한다.
 

글검색결과 [온다 리쿠] : 3

  1. 2009/11/05 10.28~11.04 읽은 책
  2. 2009/10/26 10월 20~25 읽은 책. (2)
  3. 2009/10/19 독서중독중 (2)
1. 小川洋子[ブラフマンの埋葬]
 오가와 요코의 2004년작으로  동년 이즈미쿄카문학상을 수상했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과 '임신 카렌다'와 비교하자면 전자에 가까운, 치유계 소설이다. 예술가들이면 누구든 살 수 있는 '예술가의 집'의 관리자인 '나'에게 어느 날 갑자기 기묘하고 사랑스러운 어린 동물이 찾아온다. 강아지 같기도 하지만 물갈퀴가 달려 있고 헤엄치는 것 잠수하는 것을 좋아하며 해바라기 씨를 오독오독 까먹는 것을 좋아하는 동물에게, '나'는 비석조각가에게 이름을 지어 달라 부탁한다. 비석조각가는 자신이 조각하던 많은 비석 중에서 적당한 이름을 고르라고 한다. 단어가 주는 어감이 좋다는 이유로 '나'는 '브라흐만' 이라는 이름을 고른다.
이 책에는 인물들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예술가들은 "호른 연주가" "비석조각가" "레이스 편직 장인" 등으로, 그 외의 인물들도 "나" "아가씨" 등의 보통명사가 고유명사 대신 사용된다. 이 세계에서 이름으로 불리는 것은 '브라흐만' 뿐이다. 브라흐만이 '나'에게 와서, 그리고 마지막을 맞을 때까지의 잔잔한 이야기. 제목에서 브라흐만이 결국 마지막을 맞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마지막 순간엔 이게 끝이란 말인가 싶어 아득해졌다. 오가와 요코의 유려한 문체, 감수성, 사물을 보는 따뜻한 시선이 살아있는 글이다.

2. 온다 리쿠[구형의 계절: 球形の季節]
온다 리쿠의 1994년작으로 번역본은 2007년 랜덤하우스코리아에서 출간되었다. 도호쿠의 시골마을 '야츠'의 4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온다 리쿠 특유의 감수성이 살아난 소설이다. 번역판 표지가 주는 이미지와는 상당히 다르다. 저 상쾌하고 명랑한 표지라니... 주인공들이 들고 있는 건 별사탕인 것 같다. 글에서 별사탕은 상당히 자주 등장하는 소품이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별사탕이라기보단 풍선이나 인형류로 보인단 말이지. 왼쪽의 조금 암울한 분위기가 글의 분위기와는 더 어울리는 것 같은데.
번역판으로 읽었고, 번역 자체에 불만은 별로 없었다. 온다 리쿠의 글 중에는 비교적 초기작(아마도 2번째 글이었던가)이어서 그런지 약간 서두른 느낌도 없지 않다. 그렇지만 학원제국시리즈의 '너무나 소녀적이고 너무나 이상주의적인 환상성'이 아니라 '아슬아슬하게 환상과 현실 사이를 줄타기하는 환상성'이 보여서 개인적으로는 이 글이 꽤 마음에 들었다. 고등학생들 특유의 집단의식도 잘 살아났고.

3. 정유정 [내 심장을 쏴라]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산 속의 정신병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초반은 약간 늘어지는 감이 있지만, 그 고비만 넘기면 술술 넘어간다.
주인공급의 인물이 둘 등장하는데 두 인물의 과거가 후반부(한 사람은 거의 결말부)가 되어서야 나타난다. 한 인물은 예상 범위 안이었지만 한 인물은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문장은 내 취향이 아니었지만, 인물이 생생히 살아있어서 좋았다. 주인공과 준 주인공 외에도 그들과 같은 방을 쓰는 나머지 두 인물이나 그 외에 자주 등장하는 조연들까지 저 인물들도 자신들의 세계와 이야기를 갖고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는 그런 개성이 있어서 좋았다.
다양한 정신병 관련 약물과 치료법, 정신병의 증상 외에도 의학적 조사가 필요할 내용들이 상당히 들어가 있다. 작가가 상당히 공들여 조사하고 쓴 글이라는 뜻이겠다. 글은 쉽게 쓰는 게 아니라고 다시 한 번 절감했다.

하루에 한 시간 반, 그것만 자유시간이 있으면 매일 한 권의 책을 읽을 수 있다. (일본어 책은 세시간 정도 걸리는 듯) 그런데 그 한 시간 반이 여태까지는 없었다. 준비하고 있는 일도 있고 일 관계로도 바쁘긴 여전하지만 수업 부담이 조금 줄어들어서 숨통이 트이는 기분.
그래도 정말 요즘 운이 안 따라준다고 할까, 일이 꼬인다고 할까, 계속 짜증나는 일이 생겨나는 게 묘하다. 아파서 골골거리는 건 둘째치고, 직업 자체에 대한 회의가 들만한 일이 왔다 갔다 한다.  
2009/11/05 10:31 2009/11/05 10:31
1. 온다 리쿠 [유지니아]
2006년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한다. yes24.com에서는 '혼돈과 의혹의 무한 변주, 온다 리쿠 미스터리의 절정!' 이라는 카피로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기대감이 커서였는지 예상보다는 좋은 느낌은 받지 못했다. 강렬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능력은 여전히 압권인데, 범인이 누구인지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 그렇게 의외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도서관에 있던 온다리쿠의 책 중에 가장 낡았던데 학생들의 흥미에는 꽤 맞았던 것일까. 한 사건의 여러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그마다 조금씩 비틀린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독특하긴 했지만 이제 별로 새로운 건 아닌 듯. 그렇게까지 다른 현실이라고 느껴지지도 않은 건 내가 너무 덤덤한 건가. 그래도 작가의 독특한 분위기나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힘은 좋다. 독자를 끌고 가서 결말에서 충격을 주려고 하는 것도 알 것 같다. 충격을 못 받은 건 내 개인적인 감상일지도.

2. 김연수 [밤은 노래한다]
'세계의 끝, 여자친구' 를 읽고 싶었는데 도서관엔 들어와 있지 않아서 손에 집었다. 93년에 등단한 작가인데다 70년생이니까 동시대이기도 하다. 그래서였는지 꽤 코드가 맞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이름을 듣고 여자작가인 줄 알았는데, 문장도 약간 중성적인 느낌이다. 여자를 묘사하는 부분에서 이 사람 남자 맞구나, 하고 느꼈지만. 1930년대의 북간도의 한인 소비에트 이야기다.
소설을 쓰면서 꽤 딜레마로 느끼는 건, 경험하지 않은 시대의 글을 내가 과연 쓸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환상문학과는 별개의 문제다.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은 사람이 과연 그 시대에 대해서 이야기할 자격이 있는가 되묻곤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경험한 시대의 이야기를 쓰려고 하면, 내 사적인 경험과 소설의 객관적인 이야기의 경계를 취하는 게 힘들어진다. 수많은 학생들을 접하고 또 수많은 인생을 보고,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포함하면야 소재 자체는 얼마나 많겠냐만, 정작 또 그런 이야기를 쓰려고 하면 객관적이 되기 힘들어져 지쳐 나가떨어지기 일쑤다.
나도 작가도 1930년대를 경험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이런 이야기를 쓰기 위해서 분명 작가는 많이 공부하고 고민하고, 묵히고, 퇴고했겠지.
일단은 조금 더 보고 싶은 작가 리스트로 올려 둔다.

3. 온다 리쿠 [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 ] / 「麥の海に沈む果實 」
'삼월의 붉은 구렁을' 에 나오는 학원제국 이야기를 연작으로 쓴 것 중의 하나. 미즈노 리세라는 캐릭터는 '백합의 뼈' 라는 다른 연작에서도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여전히 소녀들의 감수성이다. 몇 편 읽으면서 이 작가가 묘사하는 소녀/소년들의 감수성은 정말로 '이상속의 소년/소녀'구나 절감했다. 동경하는 사람들은 많겠지만 경험해 본 사람은 적은 그런 청춘시절의 이야기. 아름다운 소년 소녀들, 양성 어느 모습으로도 카리스마있고 멋진 교장, 기숙학교, 뭐든지 할 수 있지만 나갈 수는 없는 기숙학교, 미스테리한 살인과 실종.
작가가 정말 쓰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썼구나, 라는 느낌이었다. 머리 속의 세계관을 점점 구체화시켜 나간다는 느낌. 게다가 이 글 뒤에 주인공 미즈노 리세의 어린 시절이 등장하는 단편을 [도서실의 바다]에 실었고, 고교 시절의 미즈노 리세의 이야기인 [황혼녘 백합의 뼈]까지 써냈다고 하니까 진짜 좋아하는 세계관이고 인물인 건 확실할 듯. 독자의 팬심으로서가 아니라 작가로서의 기분으로 읽었다. 이렇게나 원없이 자신이 만든 세계의 이야기를 써낼 수 있다는 건 존경할 수 밖에 없다. 팬으로서 좋아할 수는 없다는 기분이 점점 더 강해지지만.
어쩐지 미즈노 리세가 등장하는 다른 글도 읽고 나서 또 이야기를 해야 할 듯도.

4. 가와카미 히로미 [뱀을 밟다] / 「蛇を踏む」
11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가와카미 히로미는 '선생님의 가방'이 우리 나라에선 가장 유명하지만, 오가와 요코와 마찬가지로 꽤 양면적인 글을 써내는 작가다. 선생님의 가방 같은 비교적 '일상적인' 글을 써내기도 하지만 '용궁'이나 '뱀을 밟다' 등의 기묘한 환상성의 글도 써낸다. 나는 양쪽 다 좋지만, 꼭 고르라면 기묘한 글 쪽이 더 좋다.
이건 일본에서 살 때 북오프에서 산 것인데, '용궁'을 제목에 반해서 고른 다음에 작가의 기묘함에 빠져서 집어 든 책이다. 한자를 잘못 읽어서 제목을 완전히 다르게 이해하고 있었는데, 잘못 읽은 제목이 꽤 맘에 들어서 언젠가 내 글에 써먹기로 했다. (그러니까 뭐로 읽었는지는 비밀이다 아직은)
번역판으로 읽지 않고 원문으로 읽었기 때문에 번역이 어떤 식으로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뱀을 밟다]에 실린 세 글 중에 가장 맘에 들었던 건 두번째의 「消える」였다. 가족은 무조건 5명으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법이 존재하는, 현실과 닮았으면서 전혀 닮지 않은 묘한 세계에서 큰오빠가 사라지고, '나'는 큰오빠의 존재감을 느끼는 유일한 사람이다. 큰오빠와 결혼하기로 했던 여자는 작은오빠가 대신 전화통화를 하다가 결국은 큰오빠와 파혼하고 작은오빠와 결혼해 집에 들어오게 되지만, 그 이후에도 이 세계의 일상은 삐걱거리며 변화한다. 그러면서도 '나'도, 다른 인물들도 변화에 무심하다.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이도 보인다. 그런 뻔뻔함. 이런 비일상을, 이런 환상과 비현실의 세계를 시치미를 떼고 마치 주변의 일상을 그리듯이 써내는 작가가 좋다.
북오프에서 사가지고 왔던 다른 책들을 다 읽고 날 즈음에 또 다른 책을 사야겠다. 사고 싶고, 갖고 있고 싶다.
2009/10/26 10:16 2009/10/26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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