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언제나 먼 곳을 떠돌고, 영혼은 늘 낯선 바다의 공기를 그리워한다.
 

글검색결과 [수학경시대회] : 1

  1. 2009/04/21 바쁜 일과 (2)
2009/04/21 10:07 | 신변잡기
1.
학교에서 원래 3월은 무지 길고 4월부터는 한 달이 빨리 가는 법인데, 나는 이 4월이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아직도 21일밖에 안됐네... 남들 늦게 가는 3월을 안 보냈으니 4월을 3월처럼 보내고 있는가보다. 수업 18시간중에 6시간은 1학년이고 12시간은 6시간이 여자 문과반, 6시간이 남자 이과반 1반 여자 이과반 한 반씩이다. 거기에 보충수업이 6시간, 문과반 4개 학급을 1.5시간씩 들어간다. 일주일에 한 번은 야간 수학 특강을 한다. 7시부터 9시까지의 두시간 수업으로, 3학년 아이들이지만 내용은 2학년 정도의 수준인 기초반 수업이다. 담임이 아니라서 학급 일은 없고 야간 자습 지도도 없지만, 정규 퇴근 시간인 4시 30분에 퇴근할 수 있는 날은 단 하루도 없다. 보통은 일곱시, 특강이 있는 날은 9시 30분에 퇴근한다.

2.
수학경시대회가 있었다. 3학년 수학경시대회문제를 출제했다. 기초반 애들 가르치느라 쉬운 문제 찾고 있다가 갑자기 하이랭크 문제다. 낑낑 일주일을 앓아서 8문항을 출제했다가, 마지막 문제는 아무래도 너무 난이도가 높은 것 같아서 마지막에 지웠다. 7교시부터 8교시까지 쉬는시간을 포함해 110분간, 감독도 채점도 나 혼자서한다. 시험 친 18명 중에 1문항 이상을 제대로 푼 아이는 8명이다. 풀이 과정을 제대로 잡고 진행했다는 이야기다. 정답이 되는 비율은 더 적다. 가장 어려운 문제를 빼내도 이 정도다. 문제를 너무 어렵게 낸 게 아닌가 고민중이지만..., 하지만 하이랭크인 학생들이 이 정도의 문제조차 접근하지 못한다는 건 조금 실망스러웠다.

3.
마지막으로 부쳤던 작은 짐이 좀처럼 오지 않아서 이상하다 했더니 세관에서 편지가 왔다. 고가 물건이 들어 있었으니 물품가액을 신고하면 20%의 세금을 산정한 액수가 과세된다고 했다. 문제가 된 물건은 '홀가 135' 카메라와 'JW6000' 전자사전이었다. 홀가 135 카메라는 삼천엔 정도밖에 안된다. 과세 면제액은 15만원. 카메라 모양이니까 비싸 보였을까? 설마. 홀가 135는 본체도 렌즈도 다 플라스틱인데. 전자사전은 실제 소비자가가 8만엔이었으니 우리 나라 돈으로는 당시 환율로 생각하면 어마어마해진다. 선물로 받은 물건도 과세 대상이 된다고 한다.
세관에 전화를 해서, 상으로 받은 물건이라고 사정 설명을 했더니 상품이라는 증빙이 있냐고 물었다. 사전 박스 안에 내 이름이랑 상 내역이랑 적혀 있었던 금속 패널을 같이 넣어둔 게 기억나 이야기를 했더니 그렇다면 면세 대상이 된다고 했다. 나머지 것들도 1년 반 일본에서 유학하면서 샀던 식료품들을 가지고 온 거라고 했더니, 출입국확인서와 유학 비자 사본을 팩스로 보내란다. 상황 설명을 상세히 작성하고 보내라는 대로 인터넷 민원에서 출입국확인서를 발급받아서 다 팩스로 보냈다. 삼일만에 물건이 도착했다. 사전이 무거워서 아무래도 오버 챠지가 될 것 같아서 소포로 보냈더니, 생각보다도 더 성가신 일이 되어 버린 게다. 그렇게 짐 부쳤어도 귀국할 땐 수츠 케이스 하나로 무게 오버가 되어서, 보스턴 백에다 짐을 옮겨 담아 수화물로 들고 타야 했으니. 일년 반이라는 기간동안에 버리고 온 물건 처분한 물건도 많은데 갖고 온 짐도 이렇게 많구나.

4.
어딜 가든 인간관계라서, 권력자가 있고, 라인이 있고, 연줄이 있다. 나는 그 모든 것에서 비켜 있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권력자가 되고 싶었거나 부자가 되고 싶었으면 사범대를 안 갔을 거다. 수업 시간에 자는 아이들도 많고 수학을 포기한 아이들도 많고, 세상 전체를 적대하는 눈에 깜짝깜짝 놀랄 때도 있지만, 그래도 나는 권력이나 알력이나 모든 것에서 비껴서서 아이들과 마주하는 지금이 좋다.

5.
책상을 샀다. 책장과 일체형이 된 공간 절약형을 사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덥석 사장실 책상을 사 오셨다. 튼튼하고 널찍해서 좋긴 한데, 공간 활용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랍에 들어 있던 잡동사니들을 엄청 많이 버려도, 일본에서 가져 온 물건들과 원래 있는 물건들로 내 방이 넘쳐난다. 손님 방에 책장을 넣었다. 책은 늘기만 하고 줄지 않는다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는 책장 짜 넣어서 천정까지 꽈악 차게 좀 효율적으로 정리하고 싶다.
2009/04/21 10:07 2009/04/2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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