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등학교 3학년들의 수능 원서 접수가 끝났다. 학생들의 지망 대학에 따라서 3개영역에서 5개 영역까지 응시할 수 있다. 제2외국어가 필수가 아닌 대학이 대부분이어서 4개 영역을 응시하는 학생이 가장 많지만, 3개 영역을 응시하는 학생의 수도 적지 않다. 언어, 외국어, 수리, 탐구(사탐, 과탐), 4개 영역을 응시하는 학생들이 선택하는 영역 가운데 3개 영역을 응시하는 학생들이 가장 많이 '제외' 시키는 과목은 수리영역이다. 예체능 학생들은 거의 다 수리를 응시하지 않고, 인문계열은 중위권(이라는 분류가 모호하긴 하지만) 이하의 대학을 지망하는 학생들 일부, 그리고 자연계열도 중위권 이하 대학 지망자들은 상당수가 수리 영역을 응시하지 않는다. 수I과 수II, 선택과목인 미분적분학을 포함하는 수리-가 를 응시하지 않고 인문계열 학생들과 같이 수I 범위의 수리-나를 응시하는 학생들도 상당수다.
나는 자연계 두 반에서 수리-가 수업(6시간)을 하고 인문계열 세 반에서 수리-나 수업(12시간)을, 그리고 자연계의 수리-나 응시자들을 모은 보충수업을 일주일에 두 시간씩 한다. (그 외에 1학년 수업이 6시간) 원서를 내고 나니 학급 분위기도 꽤 많이 바뀌어서, 아예 수업을 배경음으로 깔고 다른 영역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거의 절반 정도가 되었다.
3학년 수업은 11월 이후에는 교외 활동 등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아서 3학년 담당인 사람을 부러워 하는 사람도 많다. 3학년 담임은 원서 접수에다 진학 상담, 각종 내신 업무로 정신없이 바쁘니 담임이 아니면서 교과 담당만 3학년을 한다면 꽤 부러움을 받을 수 있는 자리다.
하지만, 담임 선생님이 너무 바쁘시다보니 학생들은 비담임에게도 내신이나 진학 상담을 부탁하고, 담임 선생님이 바쁜 걸 알고 있으니 거절하기도 어렵다. 9월. 이제 시간은 60여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2학년때 들었더라면 얼마든지 대안을 제시할 수 있었을 고민의 말들에, 나는 해 줄 답이 없다. 지망 대학의 수시 입시에서 수리 최저등급은 3등급인데, 등급 2개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을까요. 2학년 내신이 너무 나빠서 수시 원서를 넣을 만한 데가 없어요. 선택과목 미적분학 중에 절반은 틀려요. 얼마나 답답할지도 알겠지만, 객관적인 시간은 얼마 없는데,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건데, 지나 온 2년 혹은 1년을 어떻게든 만회하고 싶어하는 이 아이들에게, 마지막까지 열심히 해 보자고 기운을 북돋을 수는 있지만 아이들도 나도 시간이 모자란 것을 너무 잘 안다.
그저, 내년에는 3학년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랄 밖에.
2. 고3인 건 아이들인데, 고3 스트레스는 나한테 오는 듯. 일주일에 몇 번씩 가위에 눌리고, 악몽을 꾸고, 며칠에 한 번씩은 먹은 걸 토하고. 그래도 전정신경염이 도지진 않는 걸 보면 아직은 괜찮다는 거려니 믿기로 한다. 날카로워진 자신을 억누르기.
메일 쓰기 창을 몇 번인가 열었다가 그냥 닫는다. 감정을 섞지 않고 담담하게 부당하다고 말하기란 참 어렵다. 말하지 않으면 상황은 바뀌지 않는 걸 안다. 이런지 벌써 2주째. 상대편에서는 내가 수용했거나 포기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 더더욱, 말해야만 하는데.
3.
음식 맛을 아무 것도 모르겠어서, 홋카이도 여행 때 가장 맛나게 먹었던 사진을 올려 봄. 삿포로의 그냥 평범한 식당에서 먹은 카이센동 셋트였는데, 일본식의 거친 소바도 신선한 연어살이 올라간 카이센동도 맛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되새겨 봐도 입안에 침이 안 도는 걸 보니 정말 식욕이 없어진 건 맞나보네.
4.
1교시가 없고, 다음 수업은 교재 연구를 이미 다 해 둔 단원이라 모처럼 끄적끄적.
요즘 딱 하나 맛있다고 느끼는 건 '메밀차' 다. 거의 다 떨어져 가서 한 통을 더 사왔다. 우리 나라에도 메밀차가 나와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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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는 없어졌지만 다른 아이디가 떠오르지 않아서...
최근 대입 제도가 복잡해져서 고 3 담임선생님의 진학 지도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이야기도 들려요. 덕분에 대입 컨설팅 업체가 돈을 번다는 소문도 있던데... 어떤 분위기인지요?
지금은 수시 전형 중이어서, 수시에 대해서만 말씀드리면…,대학별로 수시 전형의 종류가 많고, 서로 다 꽤 달라서요. 사회적 배려자 전형이라든가 농어촌 전형 같이 응시 자격이 제한되는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서울의 J대 같은 경우는 수시 입학 전형이 5종이 있었고, H대는 6종이 있었어요. 각 전형별로 논술 유무, 반영 비율, 내신 반영 비율, 내신 반영 과목, 수능 최저 등급 유무, 등급 내용 등이 모두 다르죠. 그러다보니 한 학생이 어느 대학 어느 과를 가는 게 가장 좋은지 종합적인 성적만으로는 찾아내기 힘들어졌네요. 반에서 몇등, 전교에서 몇등, 수능은 몇점, 그러니까 어느 대학 어느 과, 라는 도식이 이젠 성립하지 않게 되었어요. 통념적으로 H대학이 J대학보다 높다고 판단되지만, 학생에 따라서는 J대학 입시는 가능성이 적어도 H대학에서는 가능성이 클 수 있게 된 거죠. 그러다보니 예전 방식의 '진학지도'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 같네요.
보통 학생들이 자신이 희망하는 학과나 대학을 중심으로 검색을 해서, 리스트를 만들어서 상담을 하게 돼요. 담임 선생님들은 그 중에서 학생에게 가장 유리한 대학, 학과, 전형이 무엇일지 검토하고 조언해 주시는 거죠. 물론 평균적으로 전교 석차가 이 정도인 학생은 두리뭉실하게 이 정도의 대학 선에서 찾을 수 있다는 선은 아직 있으니까 학생이 가져온 대학 리스트가 너무 높거나 낮으면 다른 대안을 제시해서 다시 상담, 이런 식으로 진행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올해는 '입학사정관제'의 전형이 많이 늘어났는데, 뉴스에서 말하듯이 학생들의 성적 외에 학교활동, 잠재력 등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입시 방식이고요. 보통 담임교사나 관련 교사의 추천서를 필요로 하는데, 추천서가 학생을 판단하는 구체적인 자료가 되다 보니 대학에서는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다양하고 구체적인 여러 항목에 대해서 추천서 작성을 요구하고 있고요. 저는 H대학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응시하는 한 남학생의 추천서를 부탁 받았는데, 추천서 작성에만 꼬박 삼일이 걸렸어요. 학생의 학교 활동, 학생의 학습 능력, 학생의 가정 환경, 학교 환경, 지역 사회 환경, 지금까지 지도한 모든 학생들 가운데서 학생의 다방면 특성의 위치... 등등의 항목에 대해서 1000자씩 쓰게 되어 있었거든요. 그러다보니 담임 선생님의 부담은 전보다 더 심해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