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언제나 먼 곳을 떠돌고, 영혼은 늘 낯선 바다의 공기를 그리워한다.
 

글검색결과 [교단일기] : 35

  1. 2009/09/18 9월 19일.
  2. 2009/09/13 환자 발생.
  3. 2006/09/27 필름카메라, 결과물 (3)
  4. 2006/08/31 자퇴한 K군
  5. 2006/07/18 보충수업 시작
  6. 2006/07/13 최근 학교의 근황이랄까. (3)
  7. 2006/04/14 수련회에 다녀 왔습니다. (2)
  8. 2006/03/22 야간자율학습... (1)
  9. 2006/03/19 학부모 간담회 후, 기진맥진. (4)
  10. 2006/03/13 서글픈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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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8 21:39 | 교단일기

1.
여름방학의 여행비용이 카드값으로 빠져나갔다. 여행을 계획할 때나 여행중이나 즐거웠지만 역시 댓가는 확실하게 돌아온다.

2.
현재 학교의 확정 환자는 11명. 교육부에서 휴교 자제 지침을 내려서, 9명의 환자가 발생한 학급만 3일간 임시 휴업을 실시했다. 오늘은 휴업일이 끝난 후 첫날. 아직 추가 환자는 보이지 않는다. 3학년 중에는 아직 확정환자가 없다. 하루 종일 학교에 있는 3학년에 환자가 한 명이라도 나오면 순식간에 전염될 가능성이 있으니 긴장 상태. 매일 한 차례씩 책상과 의자를 소독약으로 닦고, 학급에는 손 소독제를 비치하고 있다.

3.
9월 모의고사는 사설(대성 주관)이어서, 낙담한 아이들을 위로하기엔 그나마 낫다. 수능 D-60일 선이 무너지면서 수업 분위기도 같이 무너졌다. 최소 절반을 넘는 학생들이 수학 수업을 듣지 않는다. 수리 시험을 응시하는 학생들 중에 필요한 부분만 수업을 듣는 선택형 수강 학생(말은 거창하지만 그냥 자기가 문제 풀고 답지 보고, 답지 봐도 이해 안되는 문제만 골라서 듣는 학생들)들의 수도 많다. 3학년 문과 본수업 6시간, 3학년 문과 보충수업 8시간, 3학년 이과 본수업 6시간, 1학년 삼각함수 6시간. 일주일에 26시간 수업 준비로 정신이 하나도 없다.
3학년 수업은 수능 최종 대비 문제집을 한 시간에 10~12문제 가량을 푼다. 본수업은 문과 이과 두 개 반을 3시간씩 들어가기 때문에 문과 이과 합해서 일주일에 100문제 가량을 푸는 셈이다. 보충 수업은 세 반, 한 반 진도가 다르고 각각 두 시간씩이라 역시 50문제 가량. 3학년 수업 준비 전체로 150문제. 모의고사 5회 분량을 일주일에 준비해서 진행한다. 2점짜리 기본 문제는 각자 풀어보게 하니까, 교육과정 전체의 전범위에 걸쳐진 응용 문제만으로 150문항인 셈이다. 한 문제 안에 삼각형의 내심 외심 무게중심이 다 나오면서 결국은 무한 등비 급수 문제가 되는 것, 원주 위를 움직이는 점의 속도를 구하면서 1학년에 배운 사인 법칙을 활용하는 문제, 정사영을 이용해서 평면이 이루는 각도를 구하면서 도형의 닮음을 활용하는 문제.... 나 자신이 매일 매일 수능을 치는 기분이다. 지금 수험생인 학생들이 딱 이런 기분이겠지. 설명을 하다보면 질문 때문에 예상 외의 단원까지 끌고 와서 수업을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고,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다.

4.
9월 1일부로 학교의 관리직 자리가 바뀌었다. 내 자리는 교무실 한 가운데라, 매일 수업 비는 시간이면 학교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바람직한 관리자라는 건 어떤 것일까. "너 어쩌다가 이렇게 나이를 먹었냐." 라는 말이 이따금 되살아나 다시 귀에 맴돈다. 그러게, 나 어쩌다가 이렇게 나이를 먹었을까. 금방 윗자리 숫자가 바뀌고, 그리고 또 언젠가는 지금을 아득하게 그리워하는 나이가 되겠지. 어렸을 때는 이 나이가 되면 무언가를 쥐고 있을 줄 알았다. 내 손은 여전히 비어 있다. 조바심내지 않아야지 하다가도 문득, 참을 수 없을 만큼 혐오감이 치밀어 오른다. 지금 이 자리의 나. 속이 메슥거린다. 저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가 이런 사람이라는 게 싫어, 가 되어간다. 더 멀어져 버릴까봐 두렵다. 이렇게 시간에 휘둘려가다가 결국, 다 잊은 척 하게 될까봐.

2009/09/18 21:39 2009/09/18 21:39
2009/09/13 12:32 | 교단일기
1.
1학년 모 반 11명이 고열로 5교시에 집단 귀가.
그 중 3명, 해운대 보건소에서 양성 판정. (아마도 나머지 학생들도...)
2학년 모 반 1명이 귀가 후 고열로 학교에 통보 옴.
40도 가까이 되는 고열로 보아서 양성일  확률이 높음.
1학년 담임과 교장 교감의 비상 회의가 열렸는데
휴교할 가능성은 아직은 희박한 듯.

2.
토요일 부산광역시 교육청 주체 공개강의 참가.
참가학생 전원을 '학교 속 작은 동아리' 지도교사 (나를 포함하여)가 체온을 재고
손 소독을 시키고 입장시킴.
내가 있던 위치에선 귀가 조치 된 학생들은 보이지 않아서
몇이나 귀가조치 되었는지는 알 수 없음.

3.
신종플루에 걸리면 학교 안와서 좋겠다라는 반응이 있지 않느냐는 주변의 반응.
그런데 실상 옆에서 환자가 발생하니까 아이들은 오히려 공포에 가까운 반응을 보임.
매스컴 등에서 사망 환자 소식이나 변종 소식을 하도 접하다보니
신종플루=불치병, 신종플루=사망 등으로 와 닿는 모양이다.
휴교했던 같은 학군 내 학교의 환자들은 모두 회복하여 정상 등교 중인데...
실제 병균보다 이런 공포심이 더 무섭다.
2009/09/13 12:32 2009/09/13 12:32

학생들은 점심시간 저녁시간마다 축구를 한다. 지금은 한 학년이라 운동장을 독점하고 있지만..., 내년은 어떻게 되려나?


그리고 구름에 반해서 찍은 사진은, 디카와는 다른 느낌을 만들어 주었다.

한 롤에 찍힌 사진은 37장. 이제 조금 이 애가 어떤 사진을 만들어 주는지 알겠다.
2006/09/27 22:40 2006/09/27 22:40
2006/08/31 14:53 | 교단일기

개학식날, K양은 학교에 오지 않았다. 집과 통화를 하니 K가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한다는 것이었다.

K가 원래 진학하려던 곳이 인문계가 아니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학교에서 친구들과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니었고 단짝 친구도 있고, 성적도 아주 하위권이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수업시간에 종종 엎드려 잠을 자는 경우가 있어서 교과 선생님들께는 야단을 맞는 경우가 있기는 했지만- 대체적으로 K에 대한 평가는 좋은 편이었다.

K는 마비노기를 좋아했다. 학년 초에 내가 마비노기를 했었다는 것으로 기뻐하면서 눈을 빛낸 것을 기억한다. 수학의 머리가 비상해서, 기초가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이해력은 높았다. 교무실 청소를 깔끔하게 해서 선생님들에겐 나쁜 소리 한 번 들은 적이 없었다.

일단 학교에 오라, 설득을 하다가 먼저 어머님이 학교에 오셨다. 어떻게든 딸을 설득해서 학교에 다니게 해야 한다는 말씀은- K는 세상을 모른다고, K는 특별히 뭔가 하려는 것이 아니라 당장 학교가 싫은 것 뿐이라고. 하지만, 튀는 언동 한 번 한 적이 없던 K가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말하기까지 그 안에서 얼마나 생각을 했을까. 어머님이 댁으로 돌아가고 엇갈리며 K가 학교에 왔다.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고민하느라 여태 걸렸다고, 아직도 뭘 하고 싶은지는 모르겠다고. 울먹이면서 K는 내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동물을 좋아하는 K였다. 요즘 아이 답지 않게 수련회 가면 꽃을 보고 눈을 빛내고, 지나가는 길에서 개나 고양이를 보면 한참 시선을 떼지 못하는.

네가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했는데 너를 보낼 수는 없어. 내가 말했다. 네가 하려는 의지가 있고, 무엇을 하겠다고 한다면- 나는 기꺼이 네 지지자가 되어 줄 수 있어. 하지만 지금은 아니구나. K는 한참만에 학교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35명이 한 책상에 앉아서 아침부터 밤까지 똑같은 스케쥴로 움직이는 그것이, 오직 어딘지도 모르는 무언가를 향해서 달려가는 것이 힘들다고 말했다. 친구들은 어떠니, 내가 물었다. K는 몇 명의 이름을 대면서 그 친구들이 자신을 말리고 있다고, 친구들이 속상해 해서 자기도 속상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K는 그 다음날 하루 학교로 돌아왔다. 하루종일 생각하고 하루 종일 뭔가를 끄적이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고, 밝은 얼굴로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날, 내게 말했다. 학교 그만두기로 했어요. 어떻게 할 생각이니, 내가 물었다. K는 검정고시를 볼 거라고, 내년 4월의 검정고시를 응시할 거라고. 실컷 공부와는 별로 관계없는 책을 읽고, 등산을 하고, 시골의 어른들을 찾아뵙고-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K가 여태 내게 보여주었던 표정 중에 가장 기쁜 얼굴을 하고 흔들리지 않는 눈으로 나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오늘 K는 학교를 떠났다. 작은 선인장 화분을 들고 와, 내 책상 위에 놓아주고 K는 웃었다. 자퇴서를 쓰고, 어머님은 사유서를 쓰고, 학비를 환불받고- , 짧은 결재 과정 끝에 K는 이제 내 반의 재적 인원에서 제외되었다. 끝내 울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K앞에서는 울지 않았다.

K가 떠나고 나는 또 수업에 들어갔다. 아무 일도 없는 듯이 수업을 하고, 조는 아이들을 깨우고-, 엉뚱한 소리 하는 녀석을 달래고 한시간을 마치고 나오니 문자가 들어와 있었다.

쌤.
그동안 감사했어요.

난 K에게 80자가 꽉 찬 답문을 보냈다. K는 세 번째로 내 반에서 자퇴한 녀석이다.
K가 밝은 표정으로 떠났다는 것,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차근차근 챙겼다는 것. 그렇게 생각하면서 K는 분명 잘 해 낼 거라고 믿는 건- 나 자신에 대한 위로일 뿐인 것일까.

그런데도 나는 착잡하다.
도저히 견딜 수 없도록, K가 떠날 수 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렸던 이 시스템이, 내가 터잡은 곳이라는 것이.


2006/08/31 14:53 2006/08/31 14:53
2006/07/18 22:57 | 교단일기
보충수업 시작했다.
하루에 4-5시간의 수업, 일주일에 두 번 70분짜리 특강.
아이들은 중학교에서 올라와 방학때 이런 수업을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아버지는 내가 어렸을 때, 내가 고등학생이 될 때에는 분명 보충수업 같은 게
없어 지겠지, 라고 하셨다 한다.
80년대, 부산에서 유명한 명문 여고의 고3담임으로 정신없이 바쁘셨던 아버지는
우리 얼굴을 보는 것도 힘들 만큼 일찍 출근해서 늦게 집에 돌아오시곤 했다.
나는 고등학생을 지나 이제 다시 고등학생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어 있는데
여전히 이 나라의 교육은 바뀌질 않는구나.

어떤 면에선 더 최악을 향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학원을 가야 하니까 조퇴하겠다고 말하는 아이들과
과외를 시킬테니 일찍 데려가겠다 말하는 학부모와...

그리고 나는 이 여름에, 여행을 하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있다.
2006/07/18 22:57 2006/07/18 22:57

1. 수업연구를 마쳤음.

지도안 짜고 설문조사 하고 통계내고 할 동안 지나 가면서 뻘뻘거리는 거 뻔히 보면서도 가만 있다가 수업 평가회 하니까 하는 줄도 몰랐다고 시침 뚝 떼는 저의가 뭘까. 동과 안에서 가장 일 안하고 자기 일 다 남에게 미뤄버리는 걸 본인이 알기는 하는지, 감 앞에서 납작하게 기어서는 자기는 할 줄 모른다고 약자 행세 하는 거 웃겨서 정말.

2학기 업무가 자기한테 넘어올 것 같으니까 대학원 다니는 후배한테 또 미루려는 분위기 피우길래, 대학원 다니면서는 못한다고 두둔해 줬더니 나보고 후배 너무 챙긴다고 은근히 뭉게고. 내가 학교 근무하면서 이렇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아팠던 적이 없는데, 나이 핑계 대면서 체력이 딸리느니 어쩌느니. 참 나. 야간 자습 감독 서느라 뺑뺑이 돌면서 피곤해 죽겠는데 당신은 체력단련실에서 감이랑 탁구 잘만 치더만?

확실히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새는 법이라서, 수업 연구를 하고 있건 장감이 와서 보건 다른 사람들이 참관을 하건 말건 컴 줬더니 신나서 싸이질에 리플놀이질. 경고를 하던 말던 지 할 짓은 다 해야 하고, 전체 학생들 보라고 방학 보충수업 시간표를 출력해서 교실 게시판 앞면에 붙여놨더니 저 보겠다고 낼름 떼어선 책상 밑에 버려놓고. 그러면서 마주칠 때마다 쌤 사랑해요 하트 그려봐야 신빙성 0%.


2. 학기말 수업 분위기 X판

무섭게 매 들고 패는 사람 수업 시간에는 빤히 깨어서 잘도 앉아있고 잡담은 생각도 못하고 있다가 내 시간만 되면 대책없이 자고 떠드는 XX들. 수업 중간에 담임이 들어오니까 전원이 다 빠릿하게 파드득 깨어서는 눈을 빛내며 담임을 보고는, 담임 나가니까 곧바로 씨부렁 욕지거리들. 앞에 사람이 있다고 생각은 하지도 않는 저 4가지들을 데리고 수업을 해야 되나 진짜.

보충수업 시간표 확정. 그래, 이것만 끝나면 그래도 나는 터키에 간다.

수업 시간마다 열날 일이 자꾸 벌어지니 병은 낫기는 커녕 매번 도진다. 약 먹고 나면 좀 낫다가 또 수업 갔다 오면 도지고. 세상이 빙글빙글. 수업 중에 한번 멋지게 쓰러져 주면 이 인간들이 (성인이건 미성년이건 모두다) 지들이 뭔 짓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될까. 그럴 인간들이면 이렇게까지 상황을 몰아가지도 않았겠지만.

그러니까 나는 전투적인 강자 약자 파들이 죽도록 싫다. 강자한테는 납작하고 강하게 안 누른다 싶으면 대판 대어드는 저 XX들이 싫다. 성인이건 미성년이건 다.

2006/07/13 11:20 2006/07/13 11:20

2박 3일 일정으로 경북 영천에 있는 수련원에 다녀 왔습니다.
아이들은 별 사고도 없이 유순하게 잘 생활해 주었습니다.
잠을 잘 못 잔 것 빼면 특별히 문제도 없었군요.
약품 담당을 했는데 넘어져서 멍든 녀석이랑 계단에서 미끄러진 녀석..
친구들끼리 놀다가 얼굴을 손톱에 긁힌 녀석... 이런 몇 명의 자잘한 사고가 있긴 했는데.
어째서 다 우리반인지는 의문입니다.

돌아와보니 학교 앞 BEXCO 근처에 저렇게 유채가 한창 꽃을 피웠습니다.
출발 전에도 꽃이 피기 시작했었지만 오늘은 정말 절정을 맞은 것 같더군요.
낮시간에 학교 밖에 나오는 일이 없는 아이들이 노란 꽃을 보고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아이들을 집에 보내고 일부러 버스 정류장 하나를 걸어서
유채밭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셀프 카메라도 조금. (웃음)

밀린 빨래와 가사일거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다시 일상입니다.
2006/04/14 19:24 2006/04/14 19:24
2006/03/22 14:13 | 교단일기

신설인 학교라 2, 3학년이 없는 현재의 학교는 전체 교직원이 30명, 실제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들은 28명이다. 학급 수 12학급. 담임 12명.

교사 배치가 신식으로 되어 세 동의 교실 건물이 있는데, 마지막 가장 뒤쪽 동이 여학생반의 건물이다. 12학급 중 여학생은 4개 반. 각 동은 사물함을 두는 통로로 연결되어 있긴 하지만 거리가 좀 있어서 서로 소리에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실외를 통하지 않고 모든 건물을 통과할 수 있는 구조긴 하지만 일단은 교실동 3개, 특별실 등의 본관동, 강당과 식당 총 여섯개 동으로 구성되어 있는 학교다.

그래서 한 동에 나란히 있는 학급들이 아니면 서로의 분위기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한줄로 쭈우욱 다 열개정도의 반이 이어져 있는 것보다는 훨씬 효율적인 배치라고 생각한다. 사물함도 교실 밖, 사물함을 두는 로비가 각 층에 있고 우산도 그 곳에 둔다. 신발장도 사물함의 가장 하단이다.

오늘도 학부모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학생 반의 자습태도가 너무나 나빠서 시끄러워서 자기 자식이 공부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학생 반의 소리는 남학생 동에는 들리지 않으니 여학생 학부모임이 분명하다. 그러면서 말이, 왜 9시 자습이 끝날 때까지 학급 담임이 교실을 지키고 있지 않느냐 라는 것이다.

3월 한달, 담임들은 모두 9시에 퇴근한다. 아이들이 야자를 마치고 나서야 종례를 하고 귀가를 시킨다. 하지만 교실을 지키고 있을 수만은 없다. 학교 일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 외의 업무가 있게 마련이다. 그 일이 4시 30분까지의 일과 안에 해결되면야 참 좋겠지만, 나만 해도 처음 애들 입학처리를 할 때에는 너무 힘들었었다. 그러다보니 담임들은 교무실(이나 각자 사무실)과 교실을 왕복하면서 학생들을 관리하게 된다. 그것이 벌써 3월 20일에 이르렀다

그 학부모가 말한다. 자습 시간에 감독하고 조금이라도 공부를 안하는 애들을 호되게 야단을 쳐야 하지 않느냐. 교감이 대답했다. 담임 선생님들이 지금 모두 야자 마칠때까지 계신다. 학부모가 또 말한다. 학교에 있기는 해도 자리를 비우는 때가 많다더라. 애들이 당연히 그 때 난장판이 되지 않느냐. 담임이 당연히 자습 시간을 지키고, 쉬는 시간에도 너무 나대지 않도록 감시해야 하는게 아니냐고.

아이들이 혼자 공부하는 습관이 들지 않은 것은 누구 때문일까? 아이들은 시험 기간 외에는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학원 숙제가 끝나면 뭘 해야 할지 모른다.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좋은 장난감이 있다. 문자를 보낼 수도 셀카를 찍을수도 있고, 어머니들이 바리 바리 싸서 보낸 간식거리들도 끊임없이 옆에 있다. 학부모가 또 말한다. 학교에 핸드폰을 들고 가지 못하게 하라, 고.

묻고 싶다. 당신들은 왜 아이들에게 핸드폰을 사 주었는가. 당신들은 왜 아이들이 혼자 공부하지 못하게 만들었는가. 마치면 학원 차를 타고 학원으로 가서 수업을 듣고 열두시에 집에 돌아가, 잠드는 아이들. 겉으로는 공부하는 양이 늘어난 것만 같은데 왜 아이들은 공부하는 방법조차 모르는가.

2006/03/22 14:13 2006/03/22 14:13

학부모 간담회가 끝나고, 주말.
몸도 마음도 지쳐있다.
3월 한달만 지나면 학교 일은 수월하게 흘러간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이 긴 3월이 너무 힘든 것은 매년 어쩔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번 주 토요일은 주5일 휴일이라는 거.
멀리 있는 친구들도 만나고 싶고
맛있는 원두도 사러 가고 싶고..

지쳤다, 고 말했더니 곧바로 돌아온 답이 심장을 후빈다.

아프고 아프고 아픈데도 내일은 다시 웃어야지...

2006/03/19 22:40 2006/03/19 22:40
2006/03/13 00:56 | 교단일기

내가 배운 선생님들 중에는

촌지를 내밀어도 단호히 거절하고

항상 아이들에게 따뜻하게 진심으로 대하며

언제나 더 좋은 방법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려던 그런 분들이

너무나 많이 있었다.

사립여중과 공립여고를 나와 국립대를 졸업하기까지

내 인생에 수많은 은사님들 가운데

물론 내가 결코 닮지 않으리라 여긴 사람들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포털 사이트들의 발언대를 읽고 가슴이 아파진 밤.

잠도 이루지 못하고 생각에 잠긴다.

세상에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교사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가지고 살고 있는데...

세상에 이미 존경받을 교사란 없다고, 단언하는데.


아니라고 말해도, 아니라고..

내가 아는 지금의 동료들 다수,

내가 배운 선생님들 다수...

절대 그렇지 않았다고 말해도,

내가 이 집단에 있어서 두둔하는 거라, 그렇게 여길까.


그래도 ...

나만은 더러워지지 않으리라.

그렇게 결심을 다질 밖에.

이 서글픈 밤에...

2006/03/13 00:56 2006/03/13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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