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6일.
아타미 지역을 잠시 다녀왔습니다. 도쿄에서는 한시간 반 정도 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카와사키에서도 그 정도 걸리는 거리입니다.
아타미(熱海)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아타미는 도쿄에서는 꽤 따뜻한 지역에 속합니다. 매화도 무척 빨리 피는 편이구요. 1월 말부터 3월 중순까지 아타미에서는 매화 축제가 열립니다. 중심이 되는 곳은 바이엔(梅園)이라는 이름의 공원입니다.
하지만 매화는 어느새 끝물이었습니다. 3월 중순까지 축제이기 때문에 2월 하순 정도가 딱 좋지 않을까 했습니다만, 따뜻한 날씨가 며칠 일찍 찾아오면서 매화는 만개 시기를 벌써 지났더라고요.
바이엔에는 '인연의 집'이라는 정자가 있는 한국 정원이 있습니다. 아타미 지역은 영화 '청연'의 모델이었던 여류비행사 박경원씨가 비행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인연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정원에는 박경원씨를 추모하는 작은 조형물도 있습니다.
박경원 씨의 역사적 의의는 일단 젖혀 두고, 일본 안에서 발견한 한국 건축물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의 담벼락은, 지붕은 참 따뜻한 느낌이 드네요.
한참 바이엔에서 시간을 보내고 나오니 버스 시간이 20분 정도 남아 있었습니다. 아타미 성을 볼 생각이었습니다만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을 생각하면 아슬아슬해서, 그냥 바다를 보기로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혼자 가볍게 떠나는 길이란 이래서 좋지요. 동행이 있었다면 다음 일정을 생각해서 발걸음을 재촉해 주었을 테니 또 달랐을 것입니다만.
아타미에서 가장 아름다운 절벽 해안을 볼 수 있다는 곳. 새파란 바다가 절벽 아래로 아찔하게 비춰옵니다만, 한국 정원 때문인지 한국의 풍경이 자꾸만 눈 앞에 어른거립니다.
어쩔 수 없는 부산 태생이라, 바다를 보면 아련한 듯 차분한 듯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고향의 풍경을 본 듯한 느낌에 말문이 막혀 버립니다.
이 바다는 어쩜 그렇게 부산의 태종대를 닮았는지요. 저 절벽 아래 잉크빛의 푸른 바다가, 바람을 받고 서 있는 나무가, 멀찍이 보이는 작은 배의 포물이, 고향의 바다를 떠올리게 만듭니다.
버스를 타러 다시 내려오는 길, 웅장하게 천수각이 보입니다. 아타미 성의 천수각입니다. 시간이 맞았더라면 성곽을 제대로 보았을 테지만, 천수각 꼭대기의 금빛 샤치 두 마리까지 눈에 들어오니 이 것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한 때 신혼여행지로 각광을 받았던 아타미는 해외 여행 열풍과 함께 서서히 쇠락의 길로 접어 들었다고 합니다. 버스 정류장 옆 산 허리에 스산하게 남은 텅 빈 건축물을 보면서 시대의 변화를 실감합니다.
한 달 조금 더, 고향의 바다를 볼 생각을 하면서, 나츠메 소세키를 읽으며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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