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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름방학의 여행비용이 카드값으로 빠져나갔다. 여행을 계획할 때나 여행중이나 즐거웠지만 역시 댓가는 확실하게 돌아온다.
2.
현재 학교의 확정 환자는 11명. 교육부에서 휴교 자제 지침을 내려서, 9명의 환자가 발생한 학급만 3일간 임시 휴업을 실시했다. 오늘은 휴업일이 끝난 후 첫날. 아직 추가 환자는 보이지 않는다. 3학년 중에는 아직 확정환자가 없다. 하루 종일 학교에 있는 3학년에 환자가 한 명이라도 나오면 순식간에 전염될 가능성이 있으니 긴장 상태. 매일 한 차례씩 책상과 의자를 소독약으로 닦고, 학급에는 손 소독제를 비치하고 있다.
3.
9월 모의고사는 사설(대성 주관)이어서, 낙담한 아이들을 위로하기엔 그나마 낫다. 수능 D-60일 선이 무너지면서 수업 분위기도 같이 무너졌다. 최소 절반을 넘는 학생들이 수학 수업을 듣지 않는다. 수리 시험을 응시하는 학생들 중에 필요한 부분만 수업을 듣는 선택형 수강 학생(말은 거창하지만 그냥 자기가 문제 풀고 답지 보고, 답지 봐도 이해 안되는 문제만 골라서 듣는 학생들)들의 수도 많다. 3학년 문과 본수업 6시간, 3학년 문과 보충수업 8시간, 3학년 이과 본수업 6시간, 1학년 삼각함수 6시간. 일주일에 26시간 수업 준비로 정신이 하나도 없다.
3학년 수업은 수능 최종 대비 문제집을 한 시간에 10~12문제 가량을 푼다. 본수업은 문과 이과 두 개 반을 3시간씩 들어가기 때문에 문과 이과 합해서 일주일에 100문제 가량을 푸는 셈이다. 보충 수업은 세 반, 한 반 진도가 다르고 각각 두 시간씩이라 역시 50문제 가량. 3학년 수업 준비 전체로 150문제. 모의고사 5회 분량을 일주일에 준비해서 진행한다. 2점짜리 기본 문제는 각자 풀어보게 하니까, 교육과정 전체의 전범위에 걸쳐진 응용 문제만으로 150문항인 셈이다. 한 문제 안에 삼각형의 내심 외심 무게중심이 다 나오면서 결국은 무한 등비 급수 문제가 되는 것, 원주 위를 움직이는 점의 속도를 구하면서 1학년에 배운 사인 법칙을 활용하는 문제, 정사영을 이용해서 평면이 이루는 각도를 구하면서 도형의 닮음을 활용하는 문제.... 나 자신이 매일 매일 수능을 치는 기분이다. 지금 수험생인 학생들이 딱 이런 기분이겠지. 설명을 하다보면 질문 때문에 예상 외의 단원까지 끌고 와서 수업을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고,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다.
4.
9월 1일부로 학교의 관리직 자리가 바뀌었다. 내 자리는 교무실 한 가운데라, 매일 수업 비는 시간이면 학교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바람직한 관리자라는 건 어떤 것일까. "너 어쩌다가 이렇게 나이를 먹었냐." 라는 말이 이따금 되살아나 다시 귀에 맴돈다. 그러게, 나 어쩌다가 이렇게 나이를 먹었을까. 금방 윗자리 숫자가 바뀌고, 그리고 또 언젠가는 지금을 아득하게 그리워하는 나이가 되겠지. 어렸을 때는 이 나이가 되면 무언가를 쥐고 있을 줄 알았다. 내 손은 여전히 비어 있다. 조바심내지 않아야지 하다가도 문득, 참을 수 없을 만큼 혐오감이 치밀어 오른다. 지금 이 자리의 나. 속이 메슥거린다. 저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가 이런 사람이라는 게 싫어, 가 되어간다. 더 멀어져 버릴까봐 두렵다. 이렇게 시간에 휘둘려가다가 결국, 다 잊은 척 하게 될까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