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언제나 먼 곳을 떠돌고, 영혼은 늘 낯선 바다의 공기를 그리워한다.
 

8월 19일 청장열차->성도

오늘도 일곱시가 되기 전에 눈을 떴다. 밤새 사람들이 떠들고 노래하는 소리, 마작하는 소리 등에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 데다가, 차 안에 가득한 담배 냄새에 지끈 머리가 아프다. 세수를 하려고 챙기니 윗 칸의 중년 남자가 내 옆에서 바지를 갈아 입는다. 어제 아침엔 무려 내 앞에서 팬티를 갈아 입던 그 남자다. 세면장으로 물건을 챙겨 갔더니 배를 드러내고 벅벅 긁어대는 남자가 있는가 하면, 쓰레기통에다 대고 양치한 물을 뱉어대는 남자까지. 익숙해지려고 해도 도무지 익숙해 지지 않는 풍경이다. 이 곳의 사람들은 그런 모습을 아무렇지도 않게 보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중국이 우리 나라에 비해 훨씬 오지랍이 넓은 것 같으면서 또 타인에게 무심하기도 한 것 같다. 타인의 행동에 대해서 어지간하면 눈쌀을 찌푸리거나 하지 않고, 또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지도 않는 것 같다. 낯선 사람들이 뭔가 곤란해 하거나 하면 쉽게 말을 붙이고, 쉽게 어깨나 등을 치고 뭐라고 말한다. 우리가 중국인과 비슷한 외모를 하고 있어서였을까.

기차는 8시 30분 경에 종착역인 성도 역에 도착했다. 짐을 들고 지고 내렸다. 고산에서 벗어났는데도 두통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역 앞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학원이나 학교 이름을 들고 서 있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성도는 지방 도시 가운데에서도 번화하고 부유한 도시에 속한다고 하니 자녀를 유학시키는 경우가 많은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J가 나중에 설명해 주기를, 중국은 방학 때 그 학교를 지망하려는 학생들을 초대하는 제도가 있다고 한다. 선배들이 지원자를 데리고 학교 안을 구경시켜주거나 한다는 것이다. '학원'이라는 것은 대개 2년제 대학을 일컫는 말로 중국에서는 4년제 대학의 경우에 '대학'이라는 호칭을 사용한다고 한다. 대학의 특성을 알기에 좋은 방법인 것 같아서, 우리 나라에도 이런 제도가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 대학에선 실시하고 있지만) 

택시를 타고(오랜만에 미터기를 그대로 적용시켰다) 숙소로 돌아왔다. 지난 번 묵었던 방과는 다른 방이었다. 채광이 나아졌기 때문에 만족했다. 이 호텔에서는 매번 조식을 먹지 못하게 되나보다. 내일도 8시 30분 비행기를 타려면 여섯시에는 숙소에서 나가야 한다. 조식은 6시 30분부터니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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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동안 씻지 못한 탓에 둘 다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았다. 스트레스인지 자연스러운 이틀분인지 몰라도 머리카락이 과장을 좀 보태 한웅큼 빠진다. 성도는 라싸보다는 온도가 높기 때문에 썬크림을 바르고 외출 준비를 하고, J가 오늘의 스케쥴을 짰다. 성도에는 관광 요충지가 많지만 이틀간의 일정으로 볼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었다. 일단 J가 가장 보고 싶어했던 팬더기지를 갔다가, 시간이 남으면 돌아오는 길에 두보 초당을 들르기로 했다.

아침 겸 이른 점심으로 호텔에 딸린 식당에서 이것 저것 주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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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수육처럼 생긴 것은 점원의 추천으로 시킨 것. 야채는 오이와 토마토, 청고추를 넣었다. 탕수육과 닮았지만 야채 향이 들어가서 산뜻하다. 계란 볶음밥은 라싸에서 먹은 것보다 간이 가벼워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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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는 부추가 많이 든 고기 만두였는데 기름기가 많긴 해도 부추 때문인지 맛이 산뜻했다. 요리 세 개(양이 많아서 꽤 남겼다)에 55위안(7천원 가량).

302번 버스를 타라는 지도의 안내 대로 무후사 앞에서 302번을 타려고 보니 차고인 듯, 승객들과 운전기사 모두 내리는 분위기다. 버스 정류장이 있는 것 같은 곳까지 걸어가 보았지만 302번이 보이지 않았다. 행인에게 물어보니 아까 왔던 곳을 가리킨다. 결국 버스에서 내리는 운전기사에게 물었더니 무후사 앞 정류장이란다. 버스의 승차 요금은 1원. 고급 버스는 2원인데 하루종일 고급 버스는 탈 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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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안을 내고 탄 보통 버스. 의자는 딱딱한 플라스틱 의자로, 북경에서 탔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아마도 우리 나라와 마찬가지로 여러 모양의 버스가 다니는 듯 했다. (2층 버스도 보긴 했지만 타진 않았다.)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렸다. 지도에는 판다 기지까지 간다고 되어 있었지만, 시외버스 정류장이 종착역이었다. 공안 청년에게 물어보니 다른 쪽에서 버스를 타라고 알려준다. 펩시 콜라를 한 캔 사고(3위안:370원) 마시니 갈증도 풀리고 두통도 좀 가시는 느낌이었다. 아니면 두통약의 약효가 이제야 듣고 있는지 모른다. 버스를 타고 다시 판다 기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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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내리면 거대한 교차로 앞에 보이는 것이 흰 색의 판다 석상이다. 여기가 목적지인 판다 기지. 판다 기지는 판다의 종족 보전과 과학적인 번식을 위해 체계적으로 건립한 대규모 자연 공원이다. 입장료는 30위안(380원 가량). 내부에 갓 태어난 새끼 판다의 양육실도 있고, 병 치료를 위한 기관이나 연구 기관도 딸려 있다. 물론 판다가 뛰어 놀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되어 있다. 하지만 날씨가 여름이다 보니 보통 판다라는 이름으로 떠올리는 그랜드 판다의 경우엔 거의 실내에 들어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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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엔 판다를 주제로 한 저런 조형물들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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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의 먹이인 죽림이 조성된 공원 내부는 말 그대로 거대한 산책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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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쪽에 있는 판다 박물관. 판다의 뼈 (실물인지 모형인지 몰라도), 표본 등도 있고 의미를 알 수 없는 자연계 모형도 있다.

맨 처음 판다의 야외 놀이터로 가 보았지만 판다는 보이지 않았다. 둘러보니 놀이터 옆에 부속되어 있는 실내에서 판다는 축 늘어져서 느릿느릿 움직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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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가 밝고 안이 어두워서 사진을 찍어도 이 정도가 한계. 풀색 같은 부분은 유리창에 비친 밖의 풍경이고, 오른쪽 위에 보이는 기둥이나 철창 같은 것은 판다가 있는 실내 안이다. 판다는 평생의 40%를 잠으로,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은 먹이를 먹는 것으로 소모한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야생에서 살아남는 것이 힘들어져서, 이렇게 인간의 손으로 보호받지 않으면 안되는 생명체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선택받을 수 있는 생명체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이 조금은 안타까웠다.

혹시나 하고 레드 판다의 놀이터로 가 보았더니, 그나마 레드 판다는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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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활기차게 움직여서 사진을 찍는 것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더위 아래에서도 세 마리가 뛰어 다니는 것을 보니 기분은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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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걸어서 판다의 양육 센터로 향했다. 2007년 초순, 세계에서 처음으로 쌍동이 판다가 이 기지 안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초산의 판다가 낳은 쌍생아의 경우에는 한 마리가 자연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두 마리 다 건강히 자라고 있단다. 그 옆에는 갓 태어난 판다 두마리가 아직 눈도 뜨지 않은 채로 인큐베이터 안에 들어 있었다. 갓 태어난 판다의 경우에는 몇 달간 자신의 힘으로 움직이지 못한다고 한다. 어미의 보호 본능이 강한 것도 아니고, 한 번에 여러 마리가 태어나는 것도 아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생존이 힘든 생명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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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안에는 꽃이 만개해 있다.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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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 센터 안에는 '스완 레이크'라는 넓은 호수가 있다. 판다의 거주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산책로로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풍경이었다. 생각해보니 오늘 이 판다 기지에서 본 판다 수보다도 호수에서 본 백조와 오리의 수가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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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게 백조가 떠 있는 호수다. 더운 날씨라고는 해도, 판다가 숲에서 뛰노는 것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어느 정도 틀 안에서라도, 실외에서 움직이는 것을 보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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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산책로에는 가벼운 간식 류를 팔고 있는 카페가 있다. 선물 코너에서 조카를 줄 티셔츠를 한 벌 사고, 다시 버스를 타고 종점으로 돌아왔다.

며칠 전에 샀던 1.5리터 물이 바닥을 보여서 마신 후 병을 버리고 새로 생수를 한 병 샀다. 2위안. 이 곳은 작은 생수가 대개 550ml~600ml 정도의 사이즈로 제각각인 반면, 큰 생수는 대개 1.5리터로 고정되어 있다. 특별히 물맛이 나쁘거나 한 경우는 없으니 양이 많은 걸 사는 게 득일지도 모르겠다.

버스를 타고 두보 초당으로 향했다. 두보가 살던 초가와 관련된 시설이 구비된 공간인데, 개장시간은 8시까지라고 되어 있었지만 워낙 잘못된 정보가 많아 일단 먼저 가보기로 했다. 두보 초당 근처에는 사천요리의 대명사처럼 되어 있는 '마파두부'의 명문점인 '진마파두부'가 있다고 되어 있어서 겸사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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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다보니 고층 아파트도 보인다. 서민 주택으로, 각 세대별로 넓이는 그다지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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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찌감치 저녁을 먹을 '진마파두부' 가게가 보였다. (측면으로 된 빨간 긴 간판 쪽)

두보 초당 근처는 완화서 공원이라는 공원으로 조경되어 있는데, 이 곳 역시 산책로로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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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두보의 조형물이 있는가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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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자체가 연못과 숲으로 잘 조경되어 있어서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이 편하게 한때를 보낼 수 있을 듯 보였다. 겨우 두보 초당을 찾은 시간은 여섯시 이십오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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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를 사려고 하니 마치는 시간이 7시인데 괜찮겠느냐 묻는다. 괜찮다고 하고 또 잠시 안내지의 잘못된 정보를 원망한 후 입장.

두보에 관련된 박물관이나, 두보가 살던 시기의 복식들을 알 수 있는 조형물이 있는 시설이 있고, 전통적인 선물센터도 있다. 아버지 선물로 책갈피를 하나 샀다. 그렇게 좋은 제품은 아니지만 기념은 되리라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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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보가 살던 전통 초가. 소박한 삶을 살았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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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은 보통 '스크린 월' 내지는 '그림이 있는 벽' 으로 불리는데, 모택동이 이 앞에서 뒷짐을 지고 글자를 보는 사진을 찍어 더욱 유명해졌다고 한다. 글자를 구성하고 있는 것은 모두 다 도자기 조각인데, 하나 하나가 그림이 새겨진 도자기의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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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문으로 빠져 나오니 차를 파는 전문점이 있어서 들어가서 우롱차를 샀다. 고산차라고 되어 있는데 차향이 좋아서 덥석 한 봉을 사고, 저녁을 먹으러 진마파두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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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넓고 화려하다. 1,2층 전체가 식당인데, 1층은 스낵류라고 간단한 단품을 먹게 되어 있는 식당, 요리부가 2층이었다. 마파두부와 매운 갈비볶음, 그리고 탄탄면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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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갈비 볶음. 고추와 오이, 파, 마늘 얇게 저민 갈비 등을 같이 기름에 튀기듯이 볶은 것으로, 기름기는 생각보다 없고 산뜻한 맛이다. 고추는 씨도 그대로 다 사용해서, 차마 먹을 엄두가 나질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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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면은 여태 먹은 것 중에 가장 가벼운 느낌이었는데 역시 강력한 적은 마파두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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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촨요리는 그냥 매운 요리가 아니라, 독특한 향신료 때문에 시큼한 향이 입안에 가득 남는다. 이 시큼함이 우리 나라에는 없는 향이어서, 처음 먹는 사람에게는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겠다. 그나마 첫날 스촨의 샤브를 먹으면서 경험한 향이어서 조금 나았지만. 그렇게 주요리 두 개를 시키고 밥과 탄탄면을 주문한 가격이 54위안(7천원 가량). 화려한 가게 분위기나 음식의 질, 양, 뭘 보아도 저렴한 가격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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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 있었던 대학. College의 C가 간판에서 사라졌다. 단과 대학인 듯.

버스가 끊어진 시간이라서 숙소까지 천천히 걸어 돌아왔다. 8시 30분인데도 이미 이 노선의 버스는 끊어진다. 버스에 따라서 운행 시각이 다른데 긴 것은 10시 이후까지도 있는 반면, 저녁 7시에 운행이 종료되는 이런 버스도 있다. 한시간 가량을 지도를 보며 걸었다. 도로마다 도로명이 잘 되어 있어서 지도를 가지고 걸어오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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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었던 교육대학. 직업병이라 사진을 찰칵. 

기차 안에서 먹으려고 샀던 복숭아를 먹고 오늘은 편한 마음으로 잠이 든다. 내일은 일찍 일어나 곧바로 씻기만 하고 공항으로 가야 한다.

2007/08/27 00:59 2007/08/27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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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shar 2007/08/27 05:00 댓글수정 또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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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팬더...ㅠ 레드 팬더어...ㅠㅠㅠ (포오오)

    • 역장 2007/08/27 09:20 댓글수정 또는 삭제

      레드 팬더 가와이데쇼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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