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8일 청장열차
여섯시가 넘자 기차칸이 소란해지기 시작해서 저절로 눈이 떠졌다. 60명이 수용되는 침대칸에 세면실은 세 칸, 화장실은 두 칸이다. 번잡할 수 밖에 없다. 세수를 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 이불을 접고 앉아 음악을 들었다. 어제 사진을 많이 찍었기때문에 카메라 배터리와 핸드폰을 충전했다.(갈아탄 열차에는 콘센트가 없었다. 미리 충전해 두길 잘 했다.)
오늘은 기차를 갈아타야 한다. 아침은 거르고 오렌지 주스를 마저 비우고, 기차를 갈아탔다. 갈아탄다고 하지만 맞은 편 열차로 이동하는 것 뿐이다. 이제 고산 지대에서는 완전히 벗어났는지 옮겨 탄 기차에는 산소 공급관이 보이지 않았다.
옮겨탄 기차 역시 구조는 비슷하다. 3단 침대가 나란히 빼곡이 들어선 옆쪽 창으로 작은 테이블과 접이식 의자가 붙어 있는 것이 6인실 침대칸, 혹은 3단침대, 혹은 경와(딱딱한 침대)차의 전형적인 구조다. 중국과 베트남이 같은 기차의 형식을 사용하는 것은 확인했고, 일본과 우리나라는 다른 구조다. 아시아의 다른 나라는 어떤지 모르겠다.
먼저 탄 기차보다는 훨씬 청결한 느낌이었지만, 알 수 없다. 이 차도 몇 시간이 지나면 중국인들의 전통에 묻힐 것이다. 조금 정리를 하고 앉아 있으니 밥차가 지나간다. 기차 안에는 여러 가지 수레가 지나간다. 밥차는 밥과 반찬 세 종류를 싣고 가다가 퍼주는 차로, 20위안. 부식류를 파는 차(페트 병에 든 350ml 쥬스가 5위안 정도, 우리 나라 돈으로 650원 가량), 일용품을 파는 차 등이 있다. 가끔 과일을 잘라서 쟁반에 얹어 돌아다니는 승무원도 있었다. 식당차에 가면 좀 다른 메뉴가 있지 않을까 해서 7호칸까지 장정을 시작했다.
아니나다를까 새 기차는 이미 쓰레기에 점령당해 있었다. 갈아탄 지 겨우 세시간 정도 지났을 뿐인데도. 승무원들이 정기적으로 차내를 청소하고 있었지만 청소를 깔끔하게 하는 것도 아닌데다가 이 빠른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인 듯 보였다.
식당차에 도착해 보니 18량까지였던가 하는 이 긴 열차에, 식당칸은 한 칸 뿐. 점심시간의 피크여서 모든 테이블이 꽉 차 있었다. 잠시 상황을 보고 있자니 뒤에서 온 사람들이 슥슥 식당 안으로 들어가, 가장 먼저 빌 것 같아 보이는 테이블을 찾아 옆에 섰다. 일 이십분만에 끝날 상황처럼 보이지 않았다. 결국 돌아가자는 J의 말대로 다시 13호차로 돌아왔다.
한참 후 다시 밥차가 다니기 시작해 2개를 주문하려고 보니 반찬 하나가 떨어졌다고 기다리라고 한다. 돌아간 밥차가 다시 오자 반찬이 바뀌어 있었다. 두부가 사라지고 대신 고추종류의 볶음이 더 올라왔다. 1회용 도시락에 밥과 반찬을 담아 주었지만 다 되었는지 접시에다 밥을 퍼 주고 그 위에 반찬을 얹어 준다. 남은 김치를 같이 먹고 어느 정도는 남겼다. 밥의 양이 너무 많아서다.
고기로 보이는 건 돼지 비계 볶음. 약간 딱딱하긴 하지만 고소하다. 생각보단 덜 느끼한 편. 잔뜩 먹고 나서 앉으니 슬슬 졸려온다. 고산증은 사라졌지만 감기 기운은 계속 남아 있었다. 집에서 들고 온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읽으며 기대 앉아 있었다.
아이들이 배추잎이나 오이 같은 걸로 먹이를 주더니, 침대칸 아래 장에서 꾸벅꾸벅 조는지 얌전히 들어 있는 토끼. 어쩐지 나랑 그렇게 달라 보이지도 않는다. 성도에 도착할 때까지는 나도 이 거대한 열차라는 장 안에서 빠져 나갈 수 없이 갇힌 몸이다.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멈추질 않아서, 이어폰에서 흘러드는 음악을 뚫고 들어온다. 오늘 하루를 더 자면 내일은 성도다. 호텔에 도착하면 샤워부터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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