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언제나 먼 곳을 떠돌고, 영혼은 늘 낯선 바다의 공기를 그리워한다.
 

8월 14일 둘째날, 성도->라싸

아침 8시에 라싸로 가는 국내선 비행기를 타야 한다. 여섯시에는 택시를 타야 한다는 도우미의 말도 있고 해서 5시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짐을 챙겼다. 하루만에 옮기는 숙소는 조금 부담스럽다. 이동이 잦은 코스는 떠나는 날 밤, 그 다음날 아침 두 번 긴장하게 되는 이동의 스트레스가 있게 된다.

성도 공항의 국내선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고, 수화물로 짐을 들고 통과를 하는데, 도착지가 라싸여서인지 입경 허가서를 제시하라고 한다. J가 허가서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J를 불러 통과를 하고 국내선 대기실로 들어왔다. 성도 공항은 서쪽 거주의 사람들이 동쪽으로 이동하는 기점이 되고, 또 라싸로 넘어가는 유일한 창구이기 때문에 국제선보다 국내선 쪽이 더 넓다고 한다. 실제로 가게들은 체크인 카운터 근처나 대기장 모두 국제선보다 잘 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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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못 먹고 급히 나온 걸음이었기 때문에 정신이 몽롱해서 대합실에 있는 카페에 들어왔다. J는 카푸치노를 주문하고 나는 라테를 주문했다. 38위안(4300원 가량). 출발까지 한시간동안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익숙한 멜로디가 들린다. 어느 드라마의 주제곡이었던 것 같은 우리 나라 노래였다.

한국 드라마 주제곡 모음집 같은 음반인지, 다음 곡은 대장금의 주제곡이 아이들 버전과 소리꾼 버전 두 버전으로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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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 밀크가 풍부한 카페라테가 38위안(우리 나라 돈으로 4500원 정도). 아래에 스팀밀크를 깔고 위에 에스프레소, 그 위에 다시 우유 거품을 올린다. 꽤 좋은 맛이었다.

국내선을 타기 위해서 셔틀 버스로 이동을 한참 하고, 국내선에 올랐다. 성수기라고 하지만 비행기는 성도로 들어올 때의 국제선 비행기와 비슷하다. 하긴 국내선 비행기와 국제선 비행기가 비슷하다는 것 자체가, 이 비행기가 큰 편이라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일찍 체크인을 해서인지 좌석은 비교적 앞자리였다.

라싸의 공항까지 이동은 두 시간이 걸리고, 공항에서 시내까지 또 한시간 오십분 정도가 걸린다고 하니, 충분히 잠을 자두는 게 좋겠지만 아침의 커피 탓인지 티벳에 대한 흥분 탓인지 좀처럼 잠이 오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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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선이지만 아침 시간이어서인지 아니면 이동 거리가 길어서인지 기내식이 나왔다. 호박이 조금 들어 있는 흰 쌀죽에다 야채 간장 절임, 디저트로는 과일까지 있는 꽤 만족스러운 기내식이었다. 배가 출출했었는지 맛있게 다 먹고, 오렌지 주스도 두 잔이나 마셨다.

중국의 서쪽, 스촨 지방의 요리들은 대개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편이다. 어제 밤에 먹었던 샤브샤브도 신 맛의 향신료에만 적응하면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맨 밥의 경우에 한국과 많이 다르지만, 죽이라든가 볶음밥으로는 무척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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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차창 너머로 티벳 지방의 산들이 눈에 보인다. 육로로 이동할 경우 저 높은 산을 넘게 되는 것이다. 경치가 무척 아름답다. 파란 하늘에 떠있는 구름이 입체감을 안고 피어난다.

라싸의 공항인 공가 공항에 내리니 티벳에서의 도우미가 하얀 숄을 들고 있었다. 여행기에서 본 적이 있는데 환영의 표시로 걸어주는 것이라고 한다. 돌려 주어야 하나 생각했는데 받아가질 않으니 나름의 기념품이 될 모양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도인 공가 공항에 내려서니 순간 이 곳이 높은 고도라는 것이 실감이 난다. 숨을 쉬는 것이 약간 버거우면서 심장 박동도 빨라졌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고산증인가 겁이 덜컥 났지만 일단 괴로운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공항의 이동 버스에 올랐다.

비행기에서의 긴장이 풀려서 완전히 숙면. J는 도우미 청년과 라싸에 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지만 한귀로 듣고 나는 잠에 빠져 있다가, 눈을 떠보니 포틸라 궁이 보였다. 이 곳이 라싸 시내였다. 하지만, 중국화가 많이 되어 티벳의 특성이 많이 퇴색했다는 말을 듣고 왔기 때문에 절대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도 중국 특유의 잘 닦인 넓은 도로와 단층짜리 서양식 건물을 보자니 어쩐지 한숨이 나왔다. 자고 일어나니 몸 컨디션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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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을 호텔인 남쵸 호텔은 전체적으로 ㅁ자 모양을 하고 있는 구조였다. 가운데 주차장 등이 있고, 식당과 티 룸이 부속으로 딸려 있는 3성 호텔인데, 숙박료는 성도보다 약간 저렴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설비 면에서는 성도에서 묵은 호텔보다는 좋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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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싱글 침대는 일본의 준 트윈 베드보다도 넓다. 내부의 욕실에는 욕조가 있고, 옷장에는 부드러운 타월 제의 목욕 가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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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곧바로 거주 구역이다. 막 새로 짓고 있는 집들도 있고, 시내 한복판의 서구적인 분위기와는 조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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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상태가 좋아졌기 때문에 고도에 적응도 할 겸 해서 걷기로 했다. 내일 포틸라궁 입장권은 오늘 받을 줄 알았는데 여행사에서 내일 연락을 준다고 한다. 조금 걱정이 되긴 했지만 확보는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자신을 하니 믿어 보기로 한다.

점심도 먹을 겸 해서 거리를 걸었다. 가능하면 노블링카 쪽이나 바코르 광장을 가보면 좋겠다 싶어서 천천히 걸었다. 중국 식당이 많이 진출했기 때문에 티벳의 전통적인 찻집이나 식당을 보기도 힘들다.

한족의 이주가 많아서 실제 인구 비율로 티베탄(장족)이 차지하는 비중도 절대적이지 않다. 천천히 걷다가 중국 식당을 하나 찾아서 들어갔다. 중국어를 배운 J가 점원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면류와 곁들임으로 뭔가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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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볶음밥과 면 두 그릇이 나왔다. 내가 시킨 면은 '펀'이라고 하는데, 밀가루로 만든 면이 아니었다. 녹말을 의미한다고 나중에 확인을 했다. 국물이 매콤하면서도 약간 새콤한 것이 취향에 잘 맞았다. 중국의 쌀도 찰기가 없어서 그냥 먹기는 힘들지만 볶으면 밥이 고슬고슬해서 맛있어진다. J가 주문한 것은 우리 나라의 짜장면이랑 비슷한 발음이었는데, 된장과 간장 맛이 나는 것 같이 구수하고 좋은 맛이었다. 수타면이어서 면도 쫀득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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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과 계란, 실파만 들어간 간단한 계란 볶음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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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주문한 쟈쟈면. 짜장면과 비슷한 맛인데 된장 맛이 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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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주문한 콩과 야채가 들어간 매운 맛의 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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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나서부터 슬슬 몸에 이상한 징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약간 머리가 아픈 것 같아 타이레놀을 하나 먹었는데 그래서였는지도 모르겠다. 머리가 띵하면서 몸에 힘이 빠지고 자꾸만 졸음이 오는 것이었다. 언제부터인지 걷는 것도 바닥이 폭신한 위를 걷는 것처럼 위화감이 느껴졌다.

사실 타이레놀은 카페인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고산병에는 좋지 않은 듯 하다. 카페인은 고산병의 증상을 악화시킨다고 하니까. 하지만 이 때는 그런 생각을 못하고, 약을 먹었으니까 점점 괜찮아지리라 생각하고 계속 걸었다. 눈 앞에 포틸라 궁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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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가 높은 라싸, 그 곳에서도 또 산 위에 위치한 궁궐, 포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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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틸라 코라, 포틸라 궁을 둘러싸는 참배의 길을 그렇게 부른다. 하지만 지금은 전체적으로 나무를 많이 심고 화려한 조경을 해두어서 순례자들의 모습이 오히려 어울리지 않게 보이는 풍경이 되어 버렸다. 도우미 청년의 말이, 원래는 무척 화려했던 포틸라 궁이지만 지금은 안쪽에 화재도 나고 해서 내부는 실망스러울지도 모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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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높은 지역에 세워진 궁. 신과 동일시 된, 영원히 환생하는 달라이 라마의 궁 주변이 신성성을 잃어가는 것을 보니 안타까운 맘도 들고, 더욱 더 중국화 되기 전에 와 보아서 그래도 다행이라는 기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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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순례자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마니차를 돌리며 지나간다. 조캉에 가면 이들을 더 생생히 볼 수 있으리라. 마니차를 돌리는 것은 거기 새겨진 경전을 읽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래서 순례자들은 이렇게 코라에 있는 마니차를 돌리며 지나가고, 그들의 손에도 작은 마니차가 들려 있어 돌리며 걸어간다. 중국인들의 들떠있는, 혹은 생기있는 모습에 비해 검게 그을리고 오랜 참배로 겉모습은 심하게 더러워져 있는 그들의 모습이 의아하게도 보인다. 그들은 무엇을 기도하고 순례를 계속하는 것일까. 자신들의 나라를 잃고 외부인들이 이 나라를 채워가는 모습, 자신들의 지도자가 다른 나라에 망명해 있는 이런 상황에서.

노블링카를 찾아 헤매는데, 지도에는 근처로 보이지만 좀처럼 입구는 보이지 않았다. 고산증 증상이 점점 심해져서 안색이 나빴는지, J가 생각해줘서 케익이 맛있다는 가게로 들어가서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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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에는 그네식 의자가 되어 있는데, 이것 저것 물어보니 안 되는 것이 많아 아가씨가 권하는 것으로 두 개를 주문하고 초코 케익도 하나 시켰다.

리찌 과즙으로 만든 간 얼음으로 된 음료수는 여름 한정 메뉴인 듯 했는데, 마시니 단 맛이 퍼지면서 조금 머리가 틔는 것도 같다. 하지만 몸은 계속 졸립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와, 그대로 씻지도 않고 잠에 빠졌다.

전화벨 소리에 일어나보니 여행사 측의 연락이었다. 내일 포틸라 궁의 입장권이 아침 시간이라고, 아침에 8시 50분까지 포틸라 궁의 동쪽 입구로 오라고 한다. 그제야 정신을 좀 차리고 빨래를 해서 널고 화장을 지우니 조금 더 정신이 났다. 저지 차림으로 근처 구멍가게에 가서 주스와 물 한병을 샀다. 건조한 곳이라 입술이 바짝 마른다. 3위안짜리인 오렌지 주스와 생수(2위안)을 하나씩 구입. 주스의 이름에 일본 글자가 들어 있어서 조금 놀랐다. 쿠우 같은 10% 과즙 음료였는데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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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기도 조나다로 작성한다. 가볍고 튼튼해 마음에 드는 새로운 벗. 오른 쪽에는 당분 보충용의 주스. 내일은 일단은 포틸라 궁. 펜잘을 먹었더니 머리가 상쾌해져서 내일의 상비약으로는 펜잘을 챙겼다. 조금 적응이 되어서 내일은 상태가 좋기를.

2007/08/23 00:30 2007/08/23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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