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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체적인 스포일러는 없지만 혹시 모르니 스포일러에 거부감이 있는 분은 읽지 말아주시기를. **
시간은 누구도 기다려 주지 않는다. 그 절대적인 진리에 대해 반대의 상상을 하는 창작물들이 얼마나 많았었던가 생각해본다. 누구나 떠올리는 타임머신 시리즈에서, 헐리웃 영화인 백 투 더 퓨처, 터미네이터 같은 것까지 사람들은 바꿀 수 없는 시간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상상을 하곤 했던 것이겠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원작은 1960년대 소설이라고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이 원작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 원작인 소설의 주인공은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마코토의 이모로 등장해, 주인공의 조언자로 등장하지만, 얼른 보면 원작과 닮은 스토리인 이 애니메이션은 원작에 없는 독특한 매력을 함뿍 담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우연처럼 시간을 '넘는' 능력을 갖게 되어 버린 마코토. 밝고 명랑한 여고생인 마코토는 그 힘으로 부자가 될 수 있다거나 하는 상상은 처음부터 하지 않는다. 자신의 불운, 동생이 푸딩을 먹어버렸다거나 가정실습에 실수를 해서 망신을 당했다거나 하는 것들을 다시 하는 것, 노래방에서 몇 번이나 다시 시작부터 노래를 불러 목이 터지도록 실컷 노래하는 것. 그런 것으로 주인공 마코토는 지극히 만족한다.
그리고 그 사건의 유일한 상담자인 '이모'는 조용히 마코토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하지만 네 불운이 없어진 대신 누군가가 불행해 졌을지도 모르잖니."
마코토는 웃으며 부정한다. 아냐아냐. 만약 그렇다면 다시 되돌리면 되지 뭐.
모든 사건들이 얼마나 치밀한 인과로 이어져있는지, 고등학생인 마코토는 상상하지 못한다. 그저 즉시적으로 '벗어나고 싶은' 상황을 되돌리는 데 자신의 능력을 이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모의 경고대로 일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자신이 망신을 당한 대신에 망신당하는 역이 된 남학생은 거친 남학생들에게 이지메를 당하고, 정신적으로 문제를 일으킨다. 자신의 둘도 없는 친구가 다치는 걸 막으려고 했더니 엉뚱하게 다른 친구가 부상을 당해 괴로워한다.
그렇게 계속해서 시간을 되돌리는 것을 간단히 생각해 온 마코토는, 결국 그 능력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리고 자신이 시간을 되돌림으로써 너무나 소중한 시간들을 잃어버리고 말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소중했던 추억. 그 안에 있었을 땐 당연하게만 느꼈던 것들이 실은 자신에게 무척이나 중요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마코토는, 분명 조금 더 자랐을 것이다. 하지만 황금처럼 빛났던 시간을 기억하는 것은 오직 자신밖에 없다는 고통을 마코토는 계속 간직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각본가에게 감동할 정도로 스토리가 탄탄해서, 마코토가 타임 립을 한 결과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다른 결과로 이어진다. 그 모든 것이 '인과응보'라는 것으로 귀결될 수 있을 것 같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생각했다. 철없던 치히로가 다른 세계에서 하쿠와, 많은 사람들을 만나 자라게 되는 이야기는 그래도 치히로에게 해피 엔딩을 남겨 주었다. 하지만 마코토는-. 그렇게 소중했던 두 친구를 이제 다시 그 모습으로 볼 수 없는 마코토는, 자라게 된 대신 너무 큰 댓가를 치루고 말았던 게 아닐까.
치아키의 마지막 대사에 나도 조금 눈물이 났다. 치아키도, 마코토도,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리고 그만큼, 마코토가 되돌려버린 과거가 가슴을 억눌렀다. 잃어버려선 안되는 것들을 우리는 참 가볍게 생각한다. 늘 자신에게 있을 거라고,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오직 가슴 뛰는 마음으로 나는 생각해본다. 치아키가 그토록 원했던 일이 이루어 지기를. 그런 생각으로 나는 조금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도 같다. 하지만..., 그것은 해피 엔딩은 아닐 것이다. 그것이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