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7일.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아침 배로 나오는 경우에 그 날은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서, 가능하면 오후의 배를 선호한다. 오후 3시 경의 배를 타면 집에 도착하는 것은 저녁 무렵이어서, 함께 식구들과 저녁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4일간의 황금 연휴에 사람들의 생각이 대부분 마찬가지였던지, 27일의 배는 두 달 전부터 오후 일정이 전부 만석이었다. 자유여행 일정으로 27일 돌아오는 일정도 예약 취소자가 있었기 때문에 겨우 나갈 수 있었던 것이지만... 그래도 월요일부터 다시 출근을 해야 하니 이 일정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일본에서 요즘 중화요리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면류 중의 하나가 '탄탄면'. 원래 중국의 탄탄면은 면 위에 라유 베이스의 소스를 얹어서 비벼 먹는 듯 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국물을 좋아하는 일본인 정서에 맞춰 한 중국인 요리사가 국물이 있는 면으로 새로 만든 것이 널리 퍼졌다고 한다. 고추기름이 주가 되다 보니 기본적으로 맵다. 첫맛이 매운 것이 우리 요리지만, 탄탄면 같은 경우는 고추가루가 들어가는 게 기본이어서 뒷맛이 맵다. 본토에 가까운 맛을 자랑하는 전통 가게들일수록 매운 맛이 강하다. 요코하마에서 먹었던 탄탄면은 정말 맛이 있었는데, 제품 이름이 무려 '격신 탄탄면'. 엄청 맵다는 이름을 달고 있는 음식 답게 맛있었다. 하지만 일정에는 탄탄면을 하는 가게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는데.

텐진에 있는 백화점 꼭대기 층 식당가에서 우연히 정통 중화요리집을 발견했다. 탄탄면과 안닌도후의 셋트 상품이 1050엔이었던가. 탄탄면 단품이 800엔 정도여서 시켜 보았는데, 맛은 있었지만 매운 맛이 조금 덜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아쉬웠다. 아니면 아카마루라는 환상의 라멘을 먹어본 뒤라 입의 기준이 높아진 것인지도 모르지만.
호텔의 아침식사 부페를 먹으면서 나는 엉뚱하게도 저 탄탄면을 떠올렸다. 그렇구나. 일본의 아침 요리에는 좀처럼 면류가 없다. 우리 나라도 비슷한지 모르겠다. 그래도 아침에 밥을 씹기 싫을 정도로 나른할 때, 얼큰한 국물에 만 면 요리는 꽤 잘 어울리는 게 아닌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아침에 탄탄면이나 소바로 아침을 하면 좋을텐데,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른 일정을 할 수가 없으니 그대로 호텔을 나왔다. 수트 케이스 안에는 3일동안 산 책이나 푸딩가루 같은 것들이 들어 있었지만 여름이다보니 원래 짐이 가벼워서 별로 무거워지지 않았다. 버스를 타고 앞쪽의 요금표를 멍하니 보면서, 천천히 달리는 이 일본의 버스가 또 금새 그리워 지겠구나 하는 생각에 잠겼다.
국제터미널에서 기다리고 앉아 있으니 우리 보다 먼저 나가는 단체 골프 관광객이 수속중이었다. 나와 같은 배를 타고 갈 사람들은 의자에 앉아서 짐을 정리하기도 하고, 커피를 마시기도 한다. 1층에 있는 은행은 우리 나라 돈을 엔화로 환전해 주기도 한다. 환율은 은행이다보니 좋지 않지만, 급하게 엔화로 환전을 못한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다.
수속을 마치고 안쪽의 면세점에 들어갔다. 국제여객터미널의 면세점은 조그맣기 때문에 처음 온 사람들은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부산의 면세점도 큰 편은 아니지만 일본 쪽이 1/2 내지는 2/3 정도 규모밖에 안 되는 듯. 부모님 선물로 일본주를 구입했다. 검은 도자기 병이 검도복을 입은 모양이었는데, 손을 위로 올리고 죽도를 들고 있는 포즈였다. 죽도는 도자기가 아니라 정말 대나무로 미니어처로 만들어서 따로 끼우게 되어 있었다. 예쁜 병이나 인형을 좋아하시는 어머니도 만족하실 선물 같아서 냉큼 구입.
배는 이번에도 2층 좌석이었다. 배 안에서 밖을 내다보니 뭔가 한참 실강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일행이 티켓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 같기도 하고- 이 배를 타야 하는데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결국 저 아가씨는 뒤를 돌아 대합실로 향했다. 일본어를 전혀 못하는 아가씨인지 계속 영어로 이야기하는데 직원들이 영어가 그렇게 잘 통하지는 않는지 의사소통이 문제가 있어 보였다.
배 안은 쾌적하다. 새 배인데 특이한 건 매점이 없다는 것. 특정 시간에 문을 여는 매점 대신에 마치 비행기처럼 직원이 카트를 밀면서 물건을 판매하고 있었다. 비행기에는 음식이 공짜지만 여기서는 돈을 지불한다는 게 다르다. 이 안에서는 한화와 엔화 모두 사용이 가능하지만.
터미널 매점에서 구입한 곡물차를 탁자에 올려 놓았다. 3시간 정도 되는 항해시간이다 보니 음료수는 필수다. 도착 시간이 점심 시간이 좀 넘기 때문에 지난 번에는 도시락도 챙겨 왔었지만 배멀미를 고생한 덕분에 대신 멀미약을 챙겨 먹고 음료수만 구입했다. 가운데 있는 책은 북오프에서 105엔에 구입한 '학원 키노'. 좋아하는 '키노의 여행' 의 패러렐 월드로, 우주의 악당을 소탕한 키노와 왕자님(^^)이 우주의 여왕님의 힘으로 기억을 잃고 고등학교에 떨어져서 생활하는 이야기이다. 키노의 여행의 캐릭터를 기본으로 하지만 그걸 스스로 패러디했다는 게 독특하다. 꽤 쉬운 문장에다 내용도 가벼워서 즐거웠다.
날이 흐렸다. 일본의 섬들이 어렴풋이 멀찌감치 보였다. 아스라이 보이는 먼 섬에게 잘 있어, 인사를 보냈다.
시간이 지나 이제는 부산의 풍경이 멀리 보인다. 세시간이 안되는 뱃길. 서울에서 부산간 KTX로 세시간이 걸리는 걸 생각하면, 정말 가까운 거리다.
짧은 일상 중의 여행은 단비처럼 반갑다.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다음의 여행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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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켄
비
챠! (눈에 들어오는게 그거라지요(...))
저건 곡물차라 순해서 좋아. 떫지도 않고... 우리 나라에도 요즘은 비슷한 거 나오니까... 녹차들은 가끔 뒤통수맞을 정도로 독특한 맛이 나는 게 있어서 주의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