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보려고 했던 영화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였다. 하지만 퇴근 후에 볼 수 있는 7시 시간대에는 영화가 없었다. 다음으로 생각한 것은 "무지개 여신"이었다. 이와이 슈운지, 내가 일본어에 빠지게 만든 감독의 신작이라니,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극장엘 갔더니 시간대의 착오. 무지개 여신의 상영시간은 8시였다. 하는 수 없이 볼 수 있는 시간대의 영화 중에 폭력성이 있을 것 같은 영화를 빼고, 싫어하는 배우가 나오는 영화를 빼고 나니 남는 것은 몇 개 없었다. 그래서 보게 된 영화가 바로 이 영화, 스텝 업.
춤을 추는 영화인데도 포스터는 꽤나 선정적(?)인 편이고, 관람연령도 조금 높았던 것 같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참으로 즐거웠다. 자신의 미래를 걸고 무언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10대들이란 즐겁다. 교사라는 입장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그렇다.
아무런 생각없이 하루 하루를 허비해 살면서 모든 것은 현실 탓이라고, 무언가를 바라지 않는 게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주장하는 주인공 남자애가 우연하게 즉흥적으로 저지른 비행으로 예술학교 봉사활동을 하게 되고, 거기서 한 여자애의 인생과 얽히면서 자신이 즐거워하는 춤을 추면서 살아가는 길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 그리고 서로의 성장배경과 가치관이 너무나 다른데도 서로를 좋아하게 되는 두 쌍의 커플. 이게 이 영화의 메인 줄거리다. 하지만 영화에서 가장 즐거운 건, 힙합과 현대무용, 발레를 오고가는 다양한 춤. 그리고 가을 쇼케이스 무대는 이런 류의 영화에서 항상 그렇듯이 가장 압권이다. 영화의 캐스팅롤이 올라가는 동안에는 다양한 춤이 화면에 보여지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보고 나오는 것도 즐겁다.
인종차별문제, 빈부격차의 문제, 위탁부모제도(부모가 감옥에 가거나 사망하거나 하여 양육할 수 없는 경우에 양자로 입양하지 않은 상태로 성년이 될 때까지 타 가정에서 위탁하여 양육하는 제도)에 대한 비판도 언뜻 비추어지지만 영화는 전체적으로 밝고 명랑하다. 어떤 부분에서는 지나칠 정도의 낙관주의다 싶은 느낌도 든다.
하지만 가끔은 현실을 잊어버리고 싶을 때도 있는 것이다. 단순히 이 복잡하고 비관적인 세상에서 잠시 시선을 돌리고, 오직 꿈만을 생각하고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며 쟁취해 나가는 10대들의 동화를 보고 즐거워하고 싶을 때도 있는 것이다.
브링잇 온, 시스터 액트 시리즈, 페임, 워터보이즈, 스윙 걸즈 등을 즐겁게 본 사람이라면 분명 즐겁게 볼 것 같다. (저들 영화에 공통점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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