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언제나 먼 곳을 떠돌고, 영혼은 늘 낯선 바다의 공기를 그리워한다.
 
2003/12/08 19:03 | 교단일기
아이들 기말고사 기간이라서, 오전에만 아이들을 만난다.

학교마다 좀 다른 상황이 벌어지겠지만, 지금 근무하는 학교는 대개 이런 기말고사 기간에 교사들의 이벤트를 벌인다. 이번 기말고사의 이벤트는 해운대 신도시 안에 있는 '장산' 등반이었다. 등반이라는 말과는 좀 어울리지 않을 정도의 소박한 산행이었지만, 나름대로 들떠 있었다.

나는 걷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흙길을 걷는 것을. 아무리 평탄한 땅이라고 해도 아스팔트나 시멘트 길을 한참 걷다보면 발에서부터 올라오는 충격이 머리를 가격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산을 타는 것은 그렇지 않다. 아쉽게도 산을 오르는 것은 좋아해도 내려오는 것은 좋아하지 않아서, 등산을 할 일은 별로 없지만 말이다.

같은 부서의 여교사들과 함께 넷이서 산을 올랐다. 간만에 오르는 산길에서 풋풋하게 묻어나는 겨울 냄새가 좋았다. 해운대 신도시는, 모든 것이 있는 곳이다. 문화시설도, 안락한 주거환경도, 좋은 산책로도. 언젠가는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고 느끼는 것 중의 하나다. 산을 바로 이웃하고 있으면서도 나는 좀처럼 산에 오르지 않는다. 해운대에서 살더라도 비슷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만, 겨울의 마른 내음이 스미는 산길에서 문득, 다른 사람들이 이제 추우니 그만 돌아가자고 말했을 때, 싫어요 라고 말하고 싶었다. 더 오르고 싶다. 더 숲속에 빠져있고 싶다..고.

결국은 돌아와 해운대 바닷가 별다방에서 토피 넛 라떼를 마셨다. 겨울한정의 라테. 비싼데다가 달지만, 그래도 나쁘지는 않다. 물릴 즈음 되면 겨울은 끝나버리기 때문일까. 겨울에만 마시는 캬라멜 마끼아또와 함께.

오늘은 다른 학교로 전근가신 영어과 사람을 만나기로 했다. 능력도 있는데다 무척 미인이라, 전근가신다는 소식에 속상해했던 남학생들이 한둘이 아니다.

아버지의 말씀에 계속 찜찜한 오전이다.
2003/12/08 19:03 2003/12/08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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