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언제나 먼 곳을 떠돌고, 영혼은 늘 낯선 바다의 공기를 그리워한다.
 
가끔 살다보면 가치관에 대해서 물음을 받게 되는 일이 있는데, 그 때마다 한참 고민을 하게 된다. 열심히 살아야한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 친구들이 자랑스러워할 친구가 되자, 가족들이 자랑스러워할 사람이 되자... 뭐 이런 저런 말들을 떠올려 보았다. 이건 확실히 이상에 관한 것이고, 삶의 방식에 대한 거라면 한 마디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민폐끼치지 않고 사는 거예요."

민폐라는 말의 범위를 정하자면 상당히 넓을 것이다. 사람마다 어느 정도를 민폐로 보는 지도 다를 것이고. 나한테 민폐라는 것은 간단하다. 내가 당해서 싫은 것을 남에게 하지 않는 것. 내가 남들에게 바라는 것을 남들에게 하는 것. 그것이 민폐끼치지 않고 사는 것이다.

버스에서 누군가의 우산이 내 옷에 닿는 것이 싫기 때문에 차에 오르면 꼭 우산을 접어서 묶는다. 자리에 앉으면 창쪽으로 우산을 넣어서 남들에게 닿지 않도록 한다. 남들의 향수 냄새가 진하면 괴롭기 때문에 향수는 항상 옅게 뿌린다. 핸드폰은 차 안에서는 통화하지 않고,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다. 사무실에서도 차 안에서도 핸드폰 벨은 진동으로 맞춰져 있다.

같이 쓰는 사무실에서는 사적인 전화를 받지 않고, 수업시간에는 다른 반에 방해되지 않도록 앞 뒷 문을 닫아 둔다. 남들에게 부탁하는 일은 되도록 줄이고, 남들에게 부탁을 받으면 가능한 한 해 주려는 편이다. 음악을 좋아하지만 사무실이나 차 안에서는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는지 확인하고 나서 듣는다. 타이핑 소리는 크게 내지 않고, 걸어다닐 때는 발자국 소리가 나지 않도록 한다. 프린터에서 이면지가 나오면 인쇄된 면을 한쪽으로 향하게 해서 다음에 쓸 사람이 좋도록 하고, 용지가 다 되어간다 싶으면 새로 용지를 넣어둔다. 쓰레기통의 분리수거를 주의하고, 내 책상의 사물이 다른 쪽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주의한다.

누군가가 이런 나보고 이렇게 말했다. 같이 사는 사람들이 힘들겠다고.
누군가가 이런 나보고 이렇게도 말했다. 절대로 교감은 되지 말라고.

민폐끼치고 살지 않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민폐가 되는 것일까? 글쎄.
2003/11/29 11:06 2003/11/2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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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먼여행 2006/03/09 11:07 댓글수정 또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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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ed by 위그 at 2003-11-29 12:05 x
    나를 미루어 남을 생각한다,는 말을 실천하고 계시는 듯하네요. 먼여행님이 가지고 계신 배려의 마음을 많은 사람들이 나누어 가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 역시...어케보면 깐깐하달 수 있지만 전 그게 진정한 개인주의(동의하지 않으실지 모르지만^^;)라고 생각한답니다.
    Commented by 호크윈드 at 2003-11-29 12:36 x
    상식대로, 규칙대로 사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대한민국은 약간의 몰상식과 약간의 몰규칙도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좀 있어서... 그런 소리를 듣는 걸꺼야. 나 역시도 약간은 그런 생각이 있어. 같이 사는 사람 힘들다는 것보다는 그렇게 살면 좀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약간 드는구나.

    일본에서는 저렇게 사는 게 너무도 당연한 거고 대다수가 저렇게 사는데 말이지... 대한민국에서는 저렇게 살면 답답하다는 소리를 좀 듣지...
    Commented by 플루토 at 2003-11-29 13:05 x
    기본~ 이라고 하지 기본~ 이라고. 우리나라엔 기본이 안된 사람이 넘 많아~
    Commented by 구루미 at 2003-11-29 13:55 x
    사람과 사람이 같이 살아갈때 꼭 지켜야할 기본이라고. mendatory item!
    이 나라가 좀 남 생각을 많이 안하잖아.( -_)
    Commented by 에이엔_오즈 at 2003-11-29 22:11 x
    괜찮아요, 뭐 어때요. (<-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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